말하라 너도,
마지막 사람으로서 말하라,
너의 할 말을 말하라.
말하라 ―
그러나 그렇다와 아니다를 가르지 마라.
너의 말에 의미를 주고,
거기에 그늘을 드리우라.
거기에 넉넉하게 그늘을 드리우라,
한밤과 한낮과 한밤
사이에 나뉘어, 네가 알기에, 네 주위에 드리워 있는 만큼
그늘을 드리우라.
둘러보라,
보라, 그것이 모든 곳에서 살아 움직임을 ―
죽음 곁에서! 살아 움직이는 것!
진실로 말하는 이는 그늘을 말한다.
그러나 이제 네 서 있는 그곳이 오그라든다.
그늘을 벗은 이여, 이제 어디로 가려는가?
올라가라, 길을 더음어 올라가라.
그리하여 더욱 가늘게, 더욱 알아볼 수 없게, 더욱 가느다랗게,
더욱 가느다랗게 되어, 너 한 올의 실,
별이 그것을 타고 내려가려 하리라,
아래에서 떠다니기 위하여, 저 아래
떠도는 말들의
물결 속에서 별은 아슴푸레 빛나는 제 모습을 보는 것이기에.
죽음의 푸가, 전영애 옮김, 2011년, 민음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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